본문 바로가기

브랜드별 향수 리뷰

[신제품] 랑방 모네끌라 에끌라 드 아르페쥬 (지난 여름날의 잔상)

랑방 향수의 역사는 무려 1924년으로 거슬러갑니다. 샤넬 못지않은 대단한 역사를 쌓아왔지만 로레알, 인터퍼퓸과 같은 전문 회사에 라이선스가 팔리며 보다 대중적인 포지션에서 우리를 만나고 있지요. 에끌라 드 아르페쥬(2002), 잔느(2008), 메리 미(2010) 등 연보라/핑크 컬러와 찰떡인 소녀스러운 향들이 국내에서 대단한 입지를 누렸는데요. 최근에도 올리브영과 같은 채널에서는 모던 프린세스(2016) 등이 좋은 판매순위를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니치 향수 시장이 너무 커져버린 지금은 예전과 같은 존재감은 사라지고, 대학생 또는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입문용 가성비 향수' 타이틀을 유지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전작 향수의 유명세에 기대는 플랭커들을 많이 출시하고 있지요.

 

Lanvin Mon Eclat 

랑방 모네끌라 향수 사진

 

조향사: Mackenzie Reilly & Nicolas Beaulieu (IFF)

대표 노트: 버가못, 알로에, 애프리콧, 자스민, 로즈, 화이트 머스크, 샌달우드

 

신제품 모네끌라(영어로는 My Glow) 역시 에끌라 드 아르페쥬의 여러 플랭커 중 하나인데요. 대신 보틀 디자인이 약간 달라졌습니다. 메인 계열은 역시 랑방답게 프루티 플로럴이지만 레전드 전작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모던함이 한 스푼 추가된 느낌이에요. 프루티 노트가 마냥 달지 않고 조금 더 농후한, 과숙된 느낌이 있고 동시에 그린하면서 사우어(sour)한 뉘앙스가 좀 더 향에 엣지를 세워줍니다.

 

이런 달콤함이 가시고 난 후에는 부드러운 자스민 향으로 이어지는데 깨끗하고 모난 곳 없는 예쁜 화이트 플로럴 향이네요. 급격하게 갸냘프고 예쁜 향으로 힘 없이 똑 떨어지는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그리고는 살짝 크리미한 샌달우드와 포근한 머스크로 무난하게 마무리되지요. 기억 속의 에끌라 드 아르페쥬와 비교하자면 향 자체로 그리 닮아있진 않지만 특유의 사랑스러운 플로럴 프루티 코어가 모네끌라에도 잘 녹아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모네끌라의 국내 런칭을 기념하기 위해 신혜림 작가와 함께 북촌 코너갤러리에서 작은 전시회가 열렸는데요. 이번 전시의 제목은 <지난 여름날의 잔상> 입니다. '삶을 사랑하는 자세를 지닌 빛나는 여성'에서 영감을 받은 모네끌라의 향을 빛이 스며든 환한 사진 작품으로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색감이 무척 따듯하고 사랑스러워,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데요. 역시 예쁘고 사랑스러운 향이지만 강하게 각인되지 않는 최근 랑방의 향수들을 보며 이제는 그만 <지난날의 잔상(=영광)>을 잊고 더 세련되게, 더 대담하게 새롭게 출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겨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