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Pema입니다 :)
제가 향 관련 일을 하다 보니 틈틈이 백화점을 다니며 향수 시향을 하는 것이 취미인데요. 앞으로 On the market 카테고리에 그때 그때 인상 깊게 본 향수들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단, 마스크를 쓰고 시향을 해야 하는 데다 여러 개의 시향지를 보관해 잔향까지 확인하기는 어려워서 정확한 향취 설명보다는 저의 주관적인 첫인상 위주로 글을 남겨볼게요!
1. 샤넬 넘버 원(누메로 엉) 로 루즈 리바이탈라이징 프래그런스 미스트 (N°1 L’eau Rouge Revitalizing Fragrance Mist, 2022)
조향사: Olivier Polge
대표 향료: 시트러스, 레드 베리, 자스민, 로즈, 아이리스, 머스크
이 제품 궁금하셨던 분들 많으시죠? :) 누메로 엉 스킨케어 라인의 한 제품으로 출시된 프래그런스 미스트인데요. 샤넬에서도 정식 향수로 소개하고 있는 제품은 아니라 더욱 궁금했습니다. 일단 향 농도로 보자면 코롱 정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향수보다는 스킨케어 제품에 더 어울리는 프루티 플로럴 계열의 향이었어요.
탑 노트에 상큼한 시트러스, 프루티 향이 돋보이고 플로럴 노트는 사실 어떤 꽃이라고 특정 지을 수 없는 추상적인 향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깨끗한 뮤게 향에 가깝다고 느껴졌습니다. 잔향은 파우더리, 머스키한 편이어서 더욱 코스메틱(화장품스러운)한 느낌이에요. 향 자체로 엄청 특별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무난한 스킨케어 향입니다. (샤넬 이드라 스킨케어 라인과 향이 유사하다는 말이 있네요.) 단독으로 써도 되지만 다른 향수들과 레이어링해도 된다는 사용법 안내가 흥미롭네요.
2. 바이레도 뭄바이 노이즈 (Mumbai Noise, 2021)
대표 향료: 다바나, 커피, 통카빈, 아가우드, 샌달우드, 랍다넘
사실 영 로즈(Young Rose)를 시향하러 간 거였는데 어쩜 테스터까지 싹 다 품절이라니.. 아쉬움을 감추고 뭄바이 노이즈를 시향해보았습니다. 되도록 특정 향취에 선입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향을 맡자마자 '아... 중동'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물론 인도가 중동은 아니지만). 스파이시 노트에 아가우드가 더해진 이국적인 향에는 저도 모르게 방어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첫인상이긴 하지만 되게 매력적인 오우드(아가우드) 향은 아니다 싶었어요.
3. 르 라보 떼 마차 26 (The Matcha 26, 2021)
대표 향료: 무화과, 베티버, 비터 오렌지, 세다우드, 마차
출시 이후 이제야 만날 수 있었던 르 라보 떼 마차 26입니다. 차(tea) 컨셉으로는 떼 누와 29가 독보적이라 마차 향은 어떻게 풀어내었을지 너무 궁금했었는데요. 부드럽고 크리미한 무화과 향이 지배적인 것 같아요. 사실 코로나 때문에 시향할 때 탑 노트를 확인하는 것이 너무 어려운데요.. 피부에 뿌린 후 향의 미들/베이스 노트만 보자면 쌉쌀하고 텁텁한 마차의 향을 느끼긴 어려웠어요(이름과 다른 향을 만들기로 유명한 르 라보이니 당연한 걸까요?) 후기를 보니 꽤나 시트러시한 탑 노트를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부드러운 무화과 향이 지나가면 잔향은 마치 우유에 희석한 상딸 33 같아요. 상딸 33 특유의 부드럽지만 드라이한 우디 노트와 꽤나 유사합니다. 향수 커뮤니티에서 보니 저랑 비슷하게 느끼신 분들이 몇몇 계시네요(천만다행). 떼 마차 26은 하루빨리 샘플이라도 구매해야겠습니다.
4. 딥티크 오 로즈 EDP (Eau Rose EDP, 2022)
조향사: Fabrice Pellegrin (퍼미니쉬)
대표 향료: 리치, 아티초크, 다마스크 로즈, 그라스 로즈, 로즈 워터, 카모마일, 우디 노트, 머스크
도 손, 오드 민떼 등을 만드신 조향사 패브리스 펠레그랑님이 2012년에 출시되었던 오 로즈 EDT를 새롭게 해석하셨다고 합니다. 매장에는 벌써 품절이라 테스터만 남아있더라고요... 오 로즈 EDT가 싱그럽고 청초한 장미향이었다면 EDP는 로즈 센티폴리아, 로즈 다마세나 등 장미 본연의 화려하고 풍성한 향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정말 매혹적인 장미향이지만 동시에 꽤 익숙한 향이었어요.
그리고 요새 지속 가능한 Upcycling이 대세잖아요? 오 로즈 EDP 역시 이 흐름에 부응하여 로즈 피라드(Rose Firad)라는 업사이클링 원료를 사용했습니다. 향료를 추출하고 버려지는 장미꽃잎을 한번 더 추출하여 얻은 로즈 워터에서 유래된 원료인 것 같아요. 저도 회사에서 업사이클링 장미 향료를 종종 소개받곤 하는데요. 로즈 앱솔루트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력적인 장미향을 느낄 수 있어서 훌륭한 대체제가 될 것 같아요. 암튼 오 로즈 EDP는 누가 다 사가신 거죠?..
5. 킬리안 어 키스 프롬 어 로즈 (A Kiss from a Rose, 2021)
조향사: Alberto Morillas (퍼미니쉬)
대표 향료: 그린 노트, 블랙커런트, 메이 로즈, 자스민 삼박, Cypriol, 화이트 머스크
바이레도 영 로즈, 딥티크 오 로즈 EDP, 킬리안 어 키스 프롬 어 로즈, 출시를 앞두고 있는 톰 포드 로즈 3종 향수까지... 요즘 대세는 장미인 모양입니다. 마스터 조향사 알베르토 모리야스 님이 만든 킬리안의 어 키스 프롬 어 로즈는 첫인상에 굉장히 싱그러우면서도 동시에 우아한 장미향이라고 느껴졌는데요. 킬리안 특유의 화려함 뿜뿜 바이브를 기대하고 맡아서인지 절제미가 돋보였어요. 물론 충분히 오래 향을 맡지 못해서 아쉬웠지만요.. 다소 무난한가 싶으면서도 자꾸 생각나는 장미향이라 역시 알베르토 모리야스 님!!이라고 생각했고요. 더군다나 귀한 레드 보틀이라 소장 욕구가 마구 솟았습니다. (하지만 참았습니다...)
자, 오늘 이렇게 5종의 신제품 향수들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디테일한 향수 리뷰는 아니지만 종종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신제품 소식들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 저의 On the market 포스트만 잘 읽으셔도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센스쟁이가 되실 수 있어요!! 저도 책임감을 가지고 좋은 글로 자주 찾아뵙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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