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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ell with me

Smell with me/ 딥티크 도 손 EDT

딥티크 도 손 EDT

딥티크 도 손

이제 막 시향지를 타고 공기 중으로 휘발하기 시작한 향에서, 살짝 코를 알싸하게 만드는 스파클링 노트와 달큰하고 크리미한 튜베로즈 향이 동시에 느껴지네요. '도 손'은 베트남에 있는 해변가 이름이라고 했던가요. 그 배경을 알고 맡아서인지 향 위로 드리워진, 소금기 어린 바다 내음이 느껴져요. 워터리 노트가 뚜렷한 것은 아니지만 향이 꽤 시원한 데다 앞서 말한 알싸한 향이 저에게 꼭 바다의 짠내처럼 느껴지거든요.

함께 느껴지는 튜베로즈는 역시 달콤하고 부드럽지만 상당히 그린하고 프레쉬한 편이에요. 살구의 보송보송한 표면처럼 크리미한 이 향은 언제 맡아도 마음을 말랑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요. 튜베로즈는 다른 화이트 플로럴 노트와 마찬가지로 자칫 지나치게 화려해지기 쉽지만, 도 손은 처음부터 끝까지 투명감을 잃지 않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에요. 그래서 그렇게 많이들 좋아하시나 봐요.

도 손의 '살짝 물기 머금은 튜베로즈 향'은 사실 꽤 심플하다고 볼 수 있어요. 처음의 가벼운 스파클링 노트가 금세 걷히고 나면 큰 변화 없이 잔향까지 그대로 이어지거든요. 화이트 플로럴의 꼬릿한 인돌(Indole) 노트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 특별히 베이스 노트로 가면서 무게감이 생기지도 않아요. 오히려 향이 점점 더 투명해지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데요. 살짝 밝은 자스민 향이랄까요. 생각해보니 같은 튜베로즈 향인 프레데릭 말 카날 플라워와 무척 대조적이죠? (다음 Smell with me 에서는 카날 플라워에 대해 써야겠어요.)


시향지에서 잔향까지 확인하는 일은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니 이번엔 피부 위에 뿌려볼게요. 피부는 온도가 높은 데다 끊임없이 에너지를 내고 있으니 향이 훨씬 빨리 전개되거든요.

역시 피부에서의 느낌이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지네요. 아까 맡은 시향지에서의 도 손이 지중해의 향이었다면, 지금의 도 손은 창작자의 의도대로 베트남의 미지근한 바다에 잘 도착한 것 같아요 :) 튜베로즈의 달콤한 꽃 향은 피부 위에서 좀 더 크림처럼 부드럽지만 여전히 싱그러운 그린 캐릭터를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시향지에서보다 투명한 느낌은 조금 덜 느껴지고 아주 약간 비릿한 풀 잎에 가까워졌어요.

시간이 지나 향이 피부에 자연스럽게 입혀지고 나니 은은한 튜베로즈의 향이 무척 포근해요. 화이트 플로럴의 첫 인상은 때론 쉽게 다가가기 어려울 만큼 관능적이고 매혹적이지만 일단 가까워지고 나면 그 뒤에 가려졌던 기품과 우아함을 맘껏 보여주는 것 같아요. 사랑스러운 장미향과는 또 다른 매력이죠.


새롭게 나온 파란색 보틀 덕분에 향이 한층 더 편안하고 세련된 느낌이 드는 것은 저 만의 착각일까요? 이상 딥티크 도 손 EDT 리뷰였습니다 :)



딥티크 도 손 EDT는 아프리카 오렌지 플라워, 아이리스, 로즈, 튜베로즈, 핑크페퍼, 벤조인, 머스크 노트를 포함하고 있어요.

[Smell with me는 처음 향수를 스프레이 하는 순간부터 잔향까지의 향을 실시간으로 묘사한 글입니다. 가능한 향 피라미드 정보를 미리 보지 않고, 순간의 주관적 느낌에 집중해서 쓰려고 합니다. 마치 한 자리에 모여 같은 향을 맡고 있는 것처럼 진솔한 공감대를 나누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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