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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ell with me

Smell with me/ 프레데릭 말 카날 플라워

프레데릭 말 카날 플라워

프레데릭 말 카날 플라워

지난번 도 손을 시향한 후 오랜만에 카날 플라워를 맡아보고 싶어졌어요. 카날 플라워는 튜베로즈의 순수함과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하나의 향에 완벽하게 담아낸 향수인데요. 워낙 존재감이 대단하다보니 몸에 쉽게 뿌리고 다니지는 못하고 예술 작품을 감상한 듯 한 번씩 꺼내어 맡아보고 있습니다 :)


첫 향부터 어떤 단어를 골라야할 지 모를 정도로 다채로운 향들이 스펙트럼처럼 눈 앞에 펼쳐져요. 화사함, 달콤함, 화려함, 보드라움, 눅눅함, 얼씨함(earthy) 등등. 순간 순간 빠르게 모습을 바꾸며 한 순간의 호흡도 놓치지 않도록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대단한 것 같아요.

처음엔 수분을 잔뜩 머금은 말랑 복숭아를 크게 베어물었을 때처럼 청량한 달콤함이 코 끝을 싹 감싸요. 하지만 처음의 싱그러움은 금세 사라지고 이내 튜베로즈의 새하얀 페탈을 닮은 부드럽고 크리미한 플로럴 노트로 매끄럽게 이어집니다. 깨끗한 그린 노트가 어우러져 하얀 꽃의 순수함이 더욱 돋보이네요. 오히려 너무 순수해서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인 향이에요.

그렇게 달콤한 향기에 한참이나 취해 겹겹이 쌓인 꽃 잎을 하나씩 제치며 가장 깊숙한 곳까지 다다르고 나면 잠시 후 그 안에 숨겨진 날 것의 향이 진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요. 축축한 땅과 풀, 습하고 탁한 공기 그리고 처음보다 몇 배나 진득해진 달콤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요. 산소가 희박해졌다고 느껴질 만큼 주변의 공기를 한 순간 압도하는 향이에요.


하지만 카날 플라워의 진짜 매력은 피부 위에서 만날 수 있는데요. 피부의 온도를 만나 청량함이 살짝 누그러진 첫 인상은 마치 튜베로즈 생화 한 다발을 품에 안은 듯 훨씬 조화롭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줘요. 그리고 점차 향의 베일이 한 겹씩 벗겨지며 크리미하고 달콤한 플로럴 노트가 더욱 풍성해지네요.

카날 플라워는 피부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는 새틴처럼 조심스럽게 살결을 감싸 안아요. 하지만 점차 진득하게 어두워지는 향기가 진짜 살 냄새와 어우러지며 마침내 카날(Carnal)한 향기를 완성합니다.


카날 플라워는 그 어느 향수보다 많은 양의 천연 튜베로즈 앱솔루트를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천연 그대로의 튜베로즈를 중심으로 다양한 색채의 향 조각들이 이음새 없이 완벽하게 연결되어 마치 아름다운 드레스 한 벌을 보는 것만 같아요. 가히 마스터 퍼퓨머 도미니크 로피옹 님의 작품이라고 할 만 하네요. 이상 프레데릭 말 카날 플라워 리뷰였습니다 :)



프레데릭 말 카날 플라워는 버가못, 멜론, 코코넛, 일랑일랑, 튜베로즈, 오렌지 블라썸, 자스민 노트를 포함하고 있어요.

 

[Smell with me는 처음 향수를 스프레이 하는 순간부터 잔향까지의 향을 실시간으로 묘사한 글입니다. 가능한 향 피라미드 정보를 미리 보지 않고, 순간의 주관적 느낌에 집중해서 쓰려고 합니다. 마치 한 자리에 모여 같은 향을 맡고 있는 것처럼 진솔한 공감대를 나누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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